소나기

조각배 선유(船遊)

진이나 2017. 8. 12.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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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곧 비가 내릴 것 같은 하늘이 비치는 수면엔 조각배가 하나 떠다니고 있었다. 배 안에는 아무렇게나 몸을 누인 게 분명한 인영이 하나. 죽은 듯이 누워 있던 이가 숨을 깊게 들이쉬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보통 이런 곳에서는 맑은 하늘 아래 뱃놀이를 즐기는 것이 제격이건만, 무심한 하늘이라 류운은 생각했다.


 흐릿한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을 보던 그가 손을 뻗어 이제는 말끔히 나은 옆구리를 더듬었다. 혼백에게 당했던 곳, 그리고 길었던 밤이 끝나고 꿈결에 치료 받았던 상처였다. 은인을 집에 데려다주기까지, 제사장의 성에서 비단과 보석을 받아오기까지 말끔히 나아있던 곳이건만-. 그대에게 치료받은 상처라 낙관했던 걸까 한번 찢어질 듯 아팠던 곳이 연이은 임무에 서서히 벌어지기 시작했고 이따금씩 통증이 그를 짓누르기도 했다. 의원에 들르기엔 저보다 심각한 부상을 입은 이들이 많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아니하더라도 제 상처를 치료하지 않으면 환자 몇몇은 치료할 수 있을 터, 고통에 익숙하지 않을 그들이 치료를 받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는가. -이런 속편한 생각과 더불어 며칠 숙소에 나자빠져 있으면 절로 낫겠지 싶었던 것은 그의 오만이었을까. 나아가는 줄만 알았던 상처가 심하게 쑤시던 날, 그제서야 의원에 들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날은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아픈 곳을 동여매고는 밤길을 나선다. 내일은 꼭 의원에 들러야겠다한 다짐이 무색하게도, 이후 의원 근처에는 가볼 틈도 없이 재흙을 떠야했지만.




[오랜만이야, 류우니.]


 이전 날, 얼핏 들렸던 옛 주군의 목소리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홍염에 남아있을 그대가 이런 곳에 있을 리가 없었다. 아니, 없었으면 좋겠다-하는 바람이었겠지. 하늘을 보던 그가 피식 웃었다. 세상사 뜻대로 되는 일 없다더니, 머리가 복잡해져왔다.




"...너무 오래 머물러 있었나."


 희미하게 떠다니는 구름을 한동안 바라보던 그가 작게 웃으며 눈을 감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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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쓰고 류운이 한동안 잠수를 탈 예정이었던 로그...